여러분들 덕분에 자전거를 샀습니다 그런 김에 공약 겁니다


이문열 삼국지 도입부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유비가 젊었던 시절, 한 노인이 유비에게 반말을 하며 자기를 업고 강을 건너달라고 요구한다.
유비는 노인을 업고 강을 건넜는데 돌아온 것은 감사 인사가 아니라 또다른 요구였다.




노인은 자신의 짐을 놓고 왔다며 유비에게 한 번 더 왔다갔다 해야한다는 요구를 한다.
유비는 요구를 받아들여 결국 총 세번이나 노인을 업고 강을 건넜다.
노인은 이런 유비에게 무슨 생각으로 두번째 부탁을 들어줬냐고 묻고 유비는 ‘두번째 부탁을 거절하면 첫번째 했던 수고에 대한 고마움도 사라지지 않겠느냐’ 라는 말을 한다.


여기 한 유비가 있다.
그는 20만원을 보내며 후원자 1등의 자리를 노렸다.


그러나 20만원을 저격한듯한 25만원의 등장에 유비는 멘붕하게 된다.
강을 한번 더 건널 것인가 말 것인가…




결국 강을 건너버리고 만 유비.
250,001원으로 1등의 자리를 차지하나 했는데,


곧바로 입금된 797,979과,


100만원은 그의 설자리를 빼앗아버렸다.




유비는 또다시 강을 건너기 시작한다.
다 더해보면 알겠지만 깔끔한 30만원임.
이걸로 3위 자리라도 차지하려고 했지만,


그걸 막기 위한 유제광의 83,333원 추매 때문에 4위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도우넛의 30만원 입금으로 공동4위가 되고 마는데…




이미 이건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남이 사치스러운 자전거 사는 거에 돈을 보내주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행동인데 심지어 그 순위를 방어하려고 추가 입금을 하고 또 그걸 방어하는데서 나는 인간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이성적으로 설계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이성적이었다면 이 프로젝트가 성립이 되는 일도 없었겠지…

결국 2020년 6월 17일 오후 1:22경 기준으로 1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의 순위는 이렇게 된다.




이 와중에도 마감 시간이 언제냐며 순위방어를 꾀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이들의 광기를 통제하기 위해 마감시간을 정해놓게 된다.
2020년 6월 17일 20시 까지 입금을 받으며 순위표는 그 시각까지만 반영된다.
물론 그 이후 입금을 해도 내가 먹고 즐기는데에 잘 쓰겠지만 순위표에는 반영 안 된다.
1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들 이름은 금액 순으로 자전거에 스티커로 박제될 예정이다.


그리고 자전거 같은 경우 원주에 있는 한 자전거 가게에서 이미 주문을 했다.
아는 자전거 업체 대표님께서 소개를 해주셨는데 꽤 의미있는 수준의 할인을 받아와서 원주까지의 거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배송을 기다리기엔 빨리 후원자들에게 자전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내가 직접 가져 가려고 했는데(SUV라서 자전거 가져오기가 용이함),


마감시간도 정해진 김에 공약을 하나 걸었다.
만약 지금부터 저녁 8시까지 300만원이 모인다면 원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기로.




이걸 개인계정에 먼저 썼는데 그 사이에 벌써 50만원이 모였다.
남은 6시간 30분 동안 250만원이 추가적으로 모이느냐 안 모이느냐로 내 오늘 새벽 시간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

아무튼 뭐가 어찌됐건간에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은 최소 천원 이상 보내준 후원자들을 말함)